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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0주>
저는 자기계발서를 혐오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지금, 자기계발서를 읽고 있습니다.
이야기의 시작은 올해 여름,
스레드를 시작합니다.
팔로워 100~300명 시절. 1000명 2000명 되는 계정들이 너무 부러웠습니다.
하루에 5~10개씩 쓰며 1000명의 팔로워를 모았죠. 여기서 만족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이제 목표는 2000, 다음 목표는 3000.
목표를 이루는 순간 다음 목표가 생겼습니다.
그리고 다음 목표, 또 다음 목표…
언제부턴가 이 모든 과정이 전혀 즐겁지가 않았어요.
행복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는 기분이었습니다.
글을 써야 한다는 강박이 자꾸 쫓아왔어요.
평생 이렇게 쓴다고 뭐가 되긴 할까? 싶은 마음이 들었죠.
미래를 무서워하고 있었습니다. 내가 그린 미래와 현실이 너무 달랐습니다.
다시 돌아와서 몇일 전.
메일함에 ‘사힐 블룸’의 뉴스레터가 꽂힙니다.
(사힐 블룸은 100만 명이 받아보는 뉴스레터 Curiosity Chronicle의 주인장입니다)
이 뉴스레터에서는 ‘올리버 버크먼’이라는 사람의 철학을 설명했어요.
마음에 드는 내용이었고, 저는 올리버 버크먼을 더 찾아봤습니다.
‘생산성이라는 덫’.
이 문장에 꽂혀서 앉은 자리에서 전부 읽어버렸어요.
요즘 생각하던 철학이랑 잘 맞아 떨어지는 게 신기했습니다.
초반 소개는 여기까지 할까요?
이미 눈치채셨겠지만, 오늘 내용은 올리버 버크먼의 책 <4000주>로 끌고 갈 겁니다.
총 3가지의 핵심 내용이 있어요.
1) 효율성의 함정
올리버는 ‘효율성’이라는 말을 정면으로 받아칩니다.
이메일은 이런 아이러니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다.
이 발명품 덕분에 지구상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언제든지 당신을 괴롭힐 수 있다.
우리가 받을 수 있는 메일은 (원칙적으로) 무한하다.
하지만 받은 메일을 일일이 읽고 회신을 하거나 삭제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이메일에 답할 때마다 그 이메일에 대한 답장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이렇게 두 사람은 우주가 끝날 때까지 서로 이메일을 주고받게 될 것이다.
동시에 이메일에 빠르게 답신을 보내는 사람으로 알려지면
더 많은 사람들이 처음 메일을 보낼 사람으로 당신을 선택할 것이다.
당신이 더 많은 이메일을 읽고 답장을 보내면,
더 많은 이메일을 받게된다.
이것이 ‘효율성의 함정efficiency trap’이다.
비슷한 경험을 군대에서 꽤 많이 했습니다.
어디서나 그렇겠지만 군대에서는 특히 :
작업을 열심히 할수록 불려갈 일이 더 많아집니다.
체력이 더 좋을수록 힘들고 어려운 일에 불려갑니다.
착하고 거절을 잘 못하는 사람일수록 더 많이 일합니다.
이 효율성의 함정은 ‘일’에만 적용되는 게 아니라고 해요.
세상에는 ‘좋은 경험’이 무한대로 깔려있습니다.
이런 경험을 하면 할수록 더 좋은 경험이 눈에 보이죠. (특히 SNS 때문에)
모든 경험을 인생에서 전부 할 수는 없고, 공허함이 찾아옵니다.
2) 생산성 중독
저는 어릴 때부터 통제 욕구가 꽤 심했습니다.
어떤 일을 완벽히 통제했을 때 큰 만족감을 얻었고요.
통제하지 못하는 상황이 왔을 때 극도로 스트레스를 받았습니다.
인생에서는 후자의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어떤 것도 계획대로 되지 않죠.
생산성 중독자로서의 나의 인생은 나 자신을 너무나 고통스럽게 만들었다.
모든 것을 해낼 수 있는 사람이라고 내 자신을 믿었지만,
내가 부지런히 처리했던 일들은 내 인생에서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일들이었다.
정말 중요한 것들은
뒤로 점점 밀렸다가 영원히 연기되거나
마감 직전에야 서둘러 처리해야 했다.
3) 미래에 대한 걱정
걱정의 원인은 미래가 아무런 문제없이 펼쳐질 거라는 생각에 있다.
그것을 확인하려는 모든 행동이 걱정을 부추긴다.
당장 이 시간이 완전히 과거가 될 때까지는 아무것도 장담할 수 없다.
계획했던 3시간이 다 지나고 이 시간들이 과거가 된 후에야 비로소 확신을 가질 수 있다.
아니나 다를까 자기계발 책이라서 주제가 엄청나게 큽니다.
많이 팔려야 하니까요. 그래도 꽤 인상깊은 책이었어요.
핵심은 이렇습니다.
우리는 미래를 계획할 때 ‘가장 이상적인 형태로’ 생각한다.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고, 그 간격만큼 우리는 좌절한다.
그러니 애초에 ‘미래가 이렇게 될 거다’라는 기대를 하지 말고 눈앞에 있는 걸 보고 살자.
다 읽고 나니 이 책의 내용이 (제가 너무나 좋아했던) Dan koe의 스타일과 비슷하다는 걸 느꼈습니다.
그래서 답답한 번역(…)에도 꾹 참고 읽었어요.
이 책 덕에 운동도 다시 시작했으니 투자한 보람이 있습니다. 하하.
다음 뉴스레터에서 뵙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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